𝗣𝗿𝗼𝗳𝗶𝗹𝗲

완전히 검지도, 완전히 붉지도 않아 다른 무엇보다 특별한 꽃을 닮은 소녀였다. 흑장미처럼 매혹적이지도, 붉은색 장미처럼 열정적이지도 않았으나 동시에 그 모든 것을 품고 있기도 했 다. 단아하고 청초하지만 함께하는 이의 색에 그대로 물든 것도 같은 기색이었다. 그래도 그 소녀는 그 모든 모습에서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자신만의 빛을 가지고 있었다.

 

세미한 선으로 이루어진 몸은 고왔고, 고운 살결은 희었다. 흡혈귀라 자칭하는 이의 가족인 그 아이보다는 덜했으나 그럼에도 소녀 역시 충분히 하이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웃을 때 눈 밑에 자리하는 다정한 빛깔의 홍조, 입술에 물든 연한 사랑의 색을 제외하면 참 깨끗한 하양이었다. 마치 새하얀 도화지와도 같아서, 그 모습은 소녀가 어떤 색을 입혀도 그 자체로 빛 을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조금 짧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머리카락은 밤의 파도처럼 물결쳤다. 안온한 밤, 달빛이 소리 없이 비치는 바다의 잔잔한 파랑처럼 짙은 흑색이었다. 또한 짧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른쪽의 옆머리가 턱을 약간 넘길 정도로 길었는데, 그건 소녀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매력 요소 중 하나였다. 소녀가 특별한 아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상징이기도 했다.

 

소녀는 예술을 하는 이였다. 자연스레 자신을 캔버스 삼아 꾸미기도 하였다. 하여 여러 가지 악세사리를 하거나, 갖가지 스타일의 의상들을 입기도 하였으며 그것은 대부분 성공적으로 소 녀에게 어울리곤 하였다. 아름답게 만개한 장미꽃은 그 자체로 완벽하기도 하지만 향수, 압화, 꽃다발, 장식, 조경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며 그때마다 제 가치를 뽐내고는 했다. 또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는 그 위에 어떤 재료를 이용해 무엇을 그리느냐에 따라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었다. 소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자였다.

 

검지만 어둡지는 않은 색채는 참으로 다정한 웃음을 지을 줄 알았다. 유려하게 휘어진 눈꼬리는 어느 명성 높은 화가가 세밀한 붓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그은 획처럼 보였다. 그저 검정만이 아닌, 여러 가지 다정함을 품은 눈동자는 청려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다.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어 다양한 색이 섞인 팔레트처럼 어둡지만, 그럼에도 결코 탁하지 않은 색채는 말갛게 빛난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소녀. 그런 소녀와 함께 자신만의 길을 나아갈 소년. 둘 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다. 기사는 소녀를 지키고, 소녀는 기사와 함께 앞을 향해 걸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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