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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k or treat!"
할로윈을 기념해 과자를 받고자 찾아온 아이들이 벌써 여섯 무리다.
흉흉하고 험한 세상에 나름 분위기도 좋고 이웃 간의 교류도 많은 마을인지라 아이의 부모들도 마음 편히 할로윈을 즐기고 있었다.
여섯 번째로 찾아온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과자 주전부리들을 한가득 쥐여주고 돌려보낸 소리는
기가 싹 빠진듯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 소파에 풀썩 주저앉았다.
할로윈도 너무 좋고, 아이들도 너무 좋지만... 혈기왕성한 아이들의 체력만큼은 도저히 버텨 낼 자신이 없다.
"소~쨩, 수고했어~ 아이들한테 인기 만점이네?"
소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들과 마주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리츠가 소파로 다가왔다.
"나도 이렇게 많이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
진이 다 빠져버린 소리는 겨우겨우 대답을 하며 마른 세수를 했다.
"모처럼 둘이 같이 보내는 할로윈인데, 아이들이랑만 이야기하다가 리츠를 뒷전으로 미뤄버렸네.... 혹시 삐지진 않았지...?"
조심스레 물어보며 그녀는 1년 전의 할로윈을 떠올렸다.
기껏 애인과 즐거운 할로윈을 보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그녀였지만 갑작스레 잡힌 나이츠의 할로윈 스케쥴로 인해 할로윈 특집 영화방송이나 홀로 보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기필코 올해의 할로윈 만큼은 끝내주게 즐기겠다며 다짐했는데.... 이런 변수는 생각하지 못했다.
"외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색다른 소~쨩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즐거웠어..~ 아이들에게 쩔쩔 매는 소~쨩이라니 어린 아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안절부절못하는 고양이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그렇게 봐주다니 고맙다.... 그래도 이제 시간이 꽤 늦었으니 더 오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이제 문 닫고 둘이 있을까? 아, 혹시 뒤늦게 오는 아이가 있을까 봐 걱정이기는 한데, 문고리에라도 조금 달아두고 올게!"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작은 쇼핑백에 과자와 사탕을 한가득 담아 문 손잡이에 걸어두는 소리를 보며 리츠는 희미한 웃음을 띄운 채, 저런 사소한 다정함에 자신이 빠졌음을 상기했다.
뒤늦은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다 달아두었는지 소리가 현관문을 닫고 거실로 총총 달려왔다.
소파로 곧장 올 줄 알았던 소리가 주방 쪽으로 방향을 틀자 리츠는 그런 소리를 왜 거기로 가냐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발꿈치를 슬쩍 들어 찬장을 뒤적거리더니 누가 봐도 할로윈 에디션으로 나온듯한 봉투를 꺼내 가져왔다.
눈치가 빠른 리츠는 그 봉투를 보자마자 추리를 시작했다.
'문은 닫아버렸으니 아이들을 위한 것은 아니고, 이후에 따로 누군가와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닐 테니....'
소리가 주방에서 거실에 있는 소파로 오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리츠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포커페이스를 만들어냈다. 기껏 열심히 준비했을 서프라이즈 선물을 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역시나 예상대로 소리는 리츠에게 쭈뼛거리며 다가오다 스리슬쩍 손에 쥐고 있던 할로윈 에디션 봉투를 건내주었다.
"응? 나한테 주는 거야..? 릿쨩 감동했어...~"
뻔뻔하게 이미 알고 있었음을 감추긴 했지만, 감동했다는 말은 진심으로 그녀에게 닿길 바랬다.
"아니 뭐.... 동네 애기들한텐 다 주는데 애인한테 아무것도 안 줄 수는 없잖아!"
제법 부끄럽긴 한지 머쓱할 때면 나오는 버릇인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베베 꼬며 말을 해왔다.
이대로 아무 이변 없이 끝내는 것도 좋긴 하지만, 겨우 같이 보내게 된 할로윈이 소중한 것은 리츠도 마찬가지였다.
소리가 손수 포장했을 선물 봉투의 끝자락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짧게 생각을 하다, 소리에게 짧은 추억이라도 만들어주기로 다짐했다.
내내 소파에 앉아있던 리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소리의 손을 잡아끌어 식탁 의자에 앉혔다.
"오늘 아이들이랑 노느라 고생한 소~쨩에게 주는 내 할로윈 선물이야~"
한마디 말을 하더니 주방에서 익숙하게 조리 기구들을 꺼내 소리가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인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 준비를 했다.
리츠가 손수 만들어준 초콜릿 케이크를 먹어본 뒤로는 시중에서 팔고 있는 빵집의 케이크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된 소리였다.
오랜만의 베이킹에 리츠도 꽤 흥이 나는 듯, 콧노래를 작게 흥얼거리며 거품기를 휘적거리기 시작했다.
소리도 베이킹을 돕고 싶었지만... 자신이 손을 대는 순간 주방에선 대참사가 일어날 것을 알기에 조용히 입을 꾹 다문 채 턱을 괴고 가만히 리츠를 바라보기만 했다.
계속해서 거품기를 휘젓느라 팔이 아플 만도 한데, 지치지도 않는지 케이크 위에 올라갈 토핑은 어떤 것을 원하냐며 물어오기도 했다.
리츠에게 할로윈 선물을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이걸로 리츠가 만족한다면 본인도 만족이다.
"리츠한테 할로윈 선물을 받아버렸으니 장난은 못 치겠네?"
짓궂게 웃으며 리츠에게 말을 하자 어느새 빵을 다 굽고 생크림을 바를 준비를 하던 리츠가 손가락에 생크림을 묻히더니
"trick and treat이라는 말도 있잖아? 소~쨩이라면 얼마든 장난을 쳐도 받아줄 수 있는데...~"
라고 말을 하며 소리의 콧등에 한 움큼 올려버렸다.
생크림이 피부에 닿으면 안 좋은 냄새가 날 텐데라는 현실적인 걱정은 뒤로 치워두고, 먼저 장난을 걸어온 기특한 리츠의 기대에 부응해 주고자 소리도 깔깔 웃으며 생크림을 손가락에 발라 리츠의 볼에 묻혀주었다.
할로윈의 분위기라기엔 많이 화기애애한 느낌이지만, 흡혈귀에게 할로윈이 뭐 대수겠는가.
두 사람이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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